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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기업 천국이 된 베트남

삼성전자가 수출의 25% 담당..외자기업 천국이 된 베트남

19兆 투자하고 16만명 고용 삼성전자 현지 최대기업 우뚝
외자 빗장 풀자 기업들 몰려 롯데마트.이마트 등도 진출
라오스.캄보디아 공략 교두보


국민 평균연령 29.9세, 1억명 가까운 인구에 60% 이상의 경제활동 가능인구. 베트남 노동력의 현주소다. 베트남은 탄탄한 노동인구를 기반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를 넘길 만큼 고속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 정도로만 여겨져 온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베트남 투자가 포화상태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포스트차이나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제조업 기반의 성장을 딛고 스마트팩토리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하며 고도화하고 있다.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유다. 점점 커져가는 내수시장뿐 아니라 동남아로 가는 교두보 역할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베트남 시장을 파이낸셜뉴스가 가봤다. 베트남의 과거, 현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망한다.


오토바이의 천국, 하노이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한 시간가량 달리다보면 저 멀리 새하얀 불빛들이 끝도 없이 반짝반짝 빛난다. 가까이 갈수록 파란 로고가 한두 개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2008년 세워진 삼성전자 박닌 공장이다.

공장이라기보다는 공항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면적 70만㎡에 투자금액은 5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SDI 등 계열사들이 베트남에서 고용한 인력만 16만명을 넘어 이 일대는 '삼성타운'으로 불릴 정도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은 작년 12월 베트남 리포트가 발표한 '베트남 500대 기업(VNR500)'에 베트남 최대 국영기업인 석유가스그룹(Petrovietnam)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외자기업의 현지 최대기업 선정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우호적인 외자유치 정책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유통업, 무역업 등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했다. 2015년엔 개정 투자법에 따라 허가분야를 명확히 하고 허가 기관을 총리, 시.성 인민위원회 계획투자국, 공단 운영위원회로 체계화하는 등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에는 싼 노동력을 이용해 원·부자재 수입 후 가공·수출하는 노동집약적 공장 설립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유통.서비스, 고부가가치 산업 등으로 다원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는 금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총 베트남 투자규모는 173억달러(약 19조원)다. 1990년대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 역시 처음엔 TV 일부 생산으로 시작했다. 이후 적극적 투자로 2008년 박닌성에 제1공장, 2013년 타이응우옌성에 제2공장을 짓고 현재는 판매법인도 베트남 내 TV와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의 베트남 역사를 보면 그동안 변해온 베트남의 투자환경도 엿볼 수 있다. 초기 투자기업들은 대부분 저렴한 인건비를 보고 진출한 제조업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전화기 및 부품, 섬유 직물제품, 신발류 등 제조업이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의 45%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베트남 수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2014년 이후 휴대폰이 수출 1위 품목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현재 전기전자산업은 베트남 수출을 주도하는 핵심 품목 및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쑤언꽝 베트남투자청 부청장은 "한국과 베트남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두터운 신뢰 덕분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인프라 구축, 인력 교육, 법적 규제 등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환경 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의 성공은 곧 동남아에서의 성공"

소비시장도 급속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2008년 1000달러 수준에 진입한 이후 2014년 2000달러를 넘기며 구매력 또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4년 기준 베트남의 중산층 비중은 14%가량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주요 소비계층인 20~49세 인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도 베트남 소비시장의 강점이다.

이 같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국 유통기업 역시 이미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 국가에서 제조업 투자가 기반을 잡으면 유통업 등이 진출하게 마련이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이미 2008년 진출해 전체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2015년 호찌민에 1호점을 내고 연평균 20% 이상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인 버즈메트릭스가 유통매장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노출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현지 유통업체인 빅C와 쿱마트가 1, 2위를 기록했고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나란히 3, 4위에 올랐다.

대베트남 투자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늘어나는 이유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미얀마 등과 인접해 있다. 중국과도 인접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면서도 다른 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은 베트남과 인접한 국가이지만 아직 제조생산 기반이 약하다"며 "베트남에서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소싱 루트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넨셜뉴스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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